퇴행성 뇌질환 유전자인 어택신투『Ataxin-2』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생체시계 유전자로도 작용합니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어택신투와 결합하는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와 그 작용 원리를 밝혀 주목받고 있습니다. 루게릭병 발생 원인과 치료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마련될 전망입니다.
임정훈 UNIST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어택신투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정교한 분자생물학적 원리를 규명해냈습니다. 어택신투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루게릭병¸ 척수소뇌실조증¸ 파킨슨병 등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중요한 유전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노화에 따른 신경세포 사멸과 퇴행성 뇌질환 발병을 조절하는 어택신투 단백질 복합체의 분자생물학적 작용 원리에 대해서는 그간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생명체가 가진 유전 정보의 암호를 해독하고 이에 따라 생물학적 기능을 할 수 있는 분자를 생산해내는 작용을 유전자 발현이라고 합니다. 유전자 발현은 생명 현상에서 매우 근본적이고 필수적인 생화학 작용입니다.
유전자 발현 과정은 DNA에 존재하는 유전 정보를 RNA로 전환하는 전사 단계와 전사된 RNA로부터 단백질을 합성하는 번역 단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일부 유전자들의 발현은 24시간 주기를 갖는 반복적인 전사와 번역 과정을 통해 이뤄집니다. 이런 유전자들을 일주기성 유전자라고 하는데¸ 이 리듬을 제어하는 분자생물학적 작용 원리를 분자시계라고 부르겠습니다.
분자시계를 구성하는 생체시계 유전자는 일주기성 유전자 발현의 특정 단계를 조절함으로써 하루 중 일정한 시간에 잠에서 깨어나거나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등 일주기성 동물행동과 생리현상을 유지시켜 줍니다. 최근에는 이런 일주기성 유전자 발현의 조절이 뇌질환과 관련된 신경세포의 다양한 생리학적 기능에도 매우 중요한 원리로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임 교수는 2011년과 2013년에 생체시계 유전자인 피어리어드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새로운 유전자 트웬티포를 발견하고¸ 어택신투가 트웬티포 단백질의 번역 활성화 기능을 촉진함으로써 수면 주기와 같은 24시간 주기의 일주기성 동물 행동을 조절한다는 생체시계 작동원리를 규명한 바 있습니다. 피어리어드는 최초로 밝혀진 생체시계 유전자로 이 유전자를 조작하면 생체리듬에 이상이 생깁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어택신투 단백질과 결합하는 2개의 새로운 단백질에 대한 유전자『Lsm12¸ me31B』를 발견하고 각 단백질의 결합에 따라 달라지는 어택신투 단백질 복합체의 생체리듬 조절 원리를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분자생물학적 작용 원리 규명에는 형질전환 초파리의 행동신경 유전학적 모델이 활용됐습니다.
Lsm12 단백질은 어택신투와 트웬티포 단백질을 연결시키는 분자 어댑터로 작용합니다. 그 결과 생체시계 유전자인 피어리어드 단백질 번역을 활성화시키고 생체리듬이 24시간 주기성을 가지도록 만듭니다. 반면 me31B 단백질은 어택신투 단백질과 결합해 단백질 번역 재료인 전령 RNA를 분해하는 낫원『Not1』 단백질 기능을 활성화시킵니다. 그 결과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물질『신경 펩타이드』의 분비 시기를 조절해 수면 등 생체리듬 주기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Lsm12 유전자의 발현을 저해하거나 이와 관련된 유전 정보가 결손될 경우 피어리어드 단백질 합성이 줄어듭니다. 이로써 동물들이 하루를 주기로 반복하던 행동『수면 등』의 주기가 길어지게 됩니다. 반면 me31B 유전자의 발현을 저해했을 때는 피어리어드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발현됩니다. 하지만 동물이 일주기성 행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경 펩타이드의 일주기성 발현이 저해되고 그 결과 일주기성 동물 행동의 지속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종보 UNIST 생명과학부 연구원은 어택신투 단백질 복합체는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신경세포 내에서 특이적으로 작용한다며 어택신투 단백질 복합체가 어떤 구성이냐에 따라 생체시계 유전자 발현과 수면 주기 조절이 전혀 다르게 이뤄진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