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든 부모 자식 간이든 서로에 대해 원망스런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닙니다. 나는 이 정도로 해주는데¸ 너는 왜 이 정도도 못해주냐는 마음이죠. 그리고 내가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이 정도도 왜 못해주냐!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닙니다.
그래서 이 모든 나의 괴로움은 결국 상대로부터 비롯되고¸ 그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또한¸ 상대가 빨리 깨닫고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서만 맴돌게 됩닙니다. 이 과정에서 불안장애나 우울증¸ 화병이 생기게 됩닙니다.
하지만¸ 상대는 쉽게 바뀌지 않고¸ 나는 지독한 고통에 빠져듭닙니다. 불안장애를 개선시키는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습닙니다. 이때는 약에서만 해법을 찾기보다¸ 불안의 본질적 원인을 찾아봐야 합닙니다. 바로¸ 상대를 원망하고 바꾸려 하기 보다는¸ 더욱 더 상대 입장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는 것이¸ 탈출구를 찾는데 도움이 됩닙니다.
맹자는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을 강조했습닙니다. 즉¸ 모든 사람들에게는 상대에게 차마 잔인하게 하지 못하는 마음이란 게 존재한다는 겁닙니다. 이 마음의 불씨를 잘 살리면 측은지심도¸ 사양지심도 확충할 수 있어¸ 결국은 나도 상대도 괴로움에서 벗어나 온전해질 수 있다는 겁닙니다.
한의사 강용혁의 심통부리기 제 182화에서는 불안장애 치료 때문에 내원한 환자들의 사연을 통해¸ 이 같은 이치를 살펴봅닙니다. 취업과 결혼을 앞두고 열심히 생활하던 청년 ㄱ군은 갑자기 내가 우리 엄마를 죽이면 어쩌나라는 강박사고가 자꾸 떠올라 괴롭습닙니다.
또¸ 이러다 내가 정신을 잃고 미치는 것은 아닐까¸ 최근 유아 살해사건처럼 정신병에 걸려서 진짜 부모님을 해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닙니다.
급성 불안장애로 자신에게 닥친 삶의 불안을 감당하기가 버겁다 싶을 때 나타납닙니다. 경제적으로 무능했던 ㄱ군의 아버지는 지금은 중병을 얻어 요양병원에 계시고¸ 어머니는 알코올중독입닙니다. 그런 와중에도 혼자 힘으로 대학도 졸업하고¸ 취업도 했습닙니다.
그리고 결혼할 반쪽도 만났습닙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다 이겨내고 이제 좋은 일만 남았는데¸ ㄱ군은 왜 불안장애가 생긴 걸까요? 혹¸ 여자 친구의 부모님이 자신의 불우한 집안 사정을 알게 되어 이 결혼을 반대라도 하면 어쩌나 불안해진 겁닙니다.
그래서 ㄱ군은 늘 술에 취해 있는 엄마를 향해 제발¸ 술 좀 그만 마시라¸ 엄마가 해준 것도 없으면서 엄마 때문에 내 결혼까지 망쳤으면 좋겠냐며 하소연을 했답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하소연을 해봐도¸ 엄마는 달라지질 않더라는 겁닙니다. 그는 언젠가부터 온통 이 생각에 사로잡히다보니 불안장애로까지 이어진 겁닙니다.
그런데¸ 왜 부모는 이것조차도 못 도와주는 걸까요. ㄱ군의 말대로 최소한 이 정도는 해줬으면 하는 것일 수 있습닙니다. 어떻게 하면 엄마를 바로잡을 수 있을까요? 엄마가 조금만 더 노력만 하면 되는 건데 왜 저걸 못하지라며 답답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닙니다.
하지만¸ 맹자는 이를 상대에 대한 잔인한 마음이라고 본 겁닙니다. 나한테는 너무도 당연한 최소한의 요구지만¸ 입장 바꿔 상대의 처지로 들어가 보면 다릅닙니다. 상대에게는 최소한이 아니라 극한의 한계상황을 이미 넘어간 것일 수도 있습닙니다. 이걸 최소한이다 당연한 것이라 요구하는 것이 가장 잔인한 마음일 수 있다는 겁닙니다. 자세한 내용은 심통부리기 제 182화에서 함께 하시기 바랍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