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기술의 토대 과학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유전자 가위다. 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이나 동식물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 DNA를 절단해 유전체를 교정하는 기술입니다. 특히 지난해 데이비드 류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니시다 게이지 일본 고베대 교수팀은 기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가 지닌 한계를 극복해 염기 하나만을 교체할 수 있는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외 생명과학계는 이 유전자 가위 기술의 진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국내 과학자들의 시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최근 이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을 처음 입증한 과학자들도 등장해 눈길을 끕니다.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 교정 연구단『단장 김진수』과 김대식 서울대 화학부 연수연구원 박사 공동연구진은 유전자 가위 처리 전과 후를 비교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보다 정확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로써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의 성능이 확인됨에 따라 새로운 유전자 교정 기법이 더욱 널리 사용될 전망입니다.
지난해 학계에 보고된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는 DNA 두 가닥 모두를 자르는 기존 3세대 유전자 가위와 다르게 단일 염기 하나만 바꿀 수 있습니다.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는 DNA 한쪽 가닥을 자르는 nCas9 물질과 시토신이라는 염기를 분해하는 탈아미노효소로 구성돼 있습니다. nCas9으로 잘려진 DNA 한 가닥에서 탈아미노효소가 시토신을 우라실이라는 효소로 바꾸면 우라실로 바뀐 염기는 DNA 복구 과정에 따라 티민이라는 염기로 변하게 됩니다. 단일 염기 하나만 이처럼 바꾸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는 단일 염기를 교체할 수 있어 선천적 유전질환의 발병 기전을 밝히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단일 염기 문제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유전질환은 낭성 섬유증과 겸상 적혈구 빈혈증 등입니다. 낭성 섬유증은 기관지 내 점액 분비선에 문제가 생기거나 췌장 소화효소 분비를 방해해 폐와 소화기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겸상 적혈구 빈혈증은 낫『초승달』 모양으로 적혈구가 변형돼 산소와 결합력을 떨어뜨립니다. 두 질환 모두 DNA 서열 변이로 발생하는 셈입니다.
하지만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가 표적 위치에서 정확하게 작동하는지¸ 비표적 위치에서 오작동을 하지는 않는지에 대해서는 그간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유전자 교정 기법이 널리 활용되려면 이 같은 문제를 반드시 개선해야 합니다.
연구진은 2015년 자체 개발한 절단 유전체 시퀀싱 기법을 변형해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을 유전체 전체 수준에서 규명했습니다. 절단 유전체 시퀀싱 기법은 유전자 가위 처리 전과 후를 DNA 서열을 분석하는 유전체 시퀀싱 방식으로 비교해 잘린 위치를 구별하는 기술입니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은 지난해 신형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 Cpf1의 정확성을 밝히는 데에도 이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실험 결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평균적으로 인간 유전체 32억개 중 90곳을 자르는데¸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는 평균 18곳에서만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에 비해 비표적 위치에서 오작동할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걸 의미합니다. 특히 연구진은 정확성이 더 높은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를 만드는 방법으로 교정할 DNA를 찾아가는 가이드 RNA 말단에 다른 염기『구아닌』를 추가해 길이를 조절하면 표적 위치에서는 잘 작동하고 오작동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도 밝혀냈습니다.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이 입증된 만큼 앞으로 이를 활용해 단일 염기 변이를 유도하거나 교정해야 하는 유전자·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고부가가치 농수산물 품종 개량 등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연구진은 염기 교정 유전자 가위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만큼이나 널리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더 정교하게 원하는 변이를 도입할 수 있는 후속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